송인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가 32회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서울 대학로 한켠의 소극장, 150석이 전부인 공연장은 소박했다. 입장료는 3만3,000원. 고가의 무대 장치가 없어서라고. 불경기로 쪼그라든 서민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됐다. 그렇다고 연일 매진 행렬을 보이는 게 꼭 입장료 덕분은 아닐 것이다.

이 공연의 특색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는 점. 대본도 없다. 공연 러닝 타임도 없다. 1시간30분이 예정이지만 4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마이크는 김제동이 잡고 있지만 누구든 끼어든다. 일방의 '전달'이 아닌 쌍방의 '소통'을 강조된 그만의 무대 분위기다. 숨가쁘게 달려온 김제동 토크 콘서트 <노 브레이크(No Break)> 지난 37일간의 기록을 스포츠한국이 되돌아 봤다.

# 1 노래 한 토막

김제동이 통기타를 들고 김광석의 노래를 부른다. 사실 노래 자체보다 노래에 얽힌 그의 사연이 객석에 웃음을 터뜨린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서글프게 들린다는 그가 군가 한 대목을 부를 때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 2 어디서 오셨나요?

김제동이 관객과 이야기 꽃을 피운다. 부모 손에 이끌려 온 열 살이 안된 어린이, 부부싸움을 해서 따로 앉았다는 노부부 등 관객은 다양하다. 김제동은 강원도에서 폭설을 뚫고 홀로 올라왔다는 50대 여성의 귀갓길을 걱정하기도 하고 내주 입대하는 남자친구를 둔 20대 여성을 위로하기도 한다. 제각기 사연을 가진 이들은 김제동과 눈을 맞추며 살아가는 얘기를 대화를 나눈다.

# 3 솔ㆍ 까ㆍ 말

김제동 토크 콘서트의 구성은 그의 말대로 "별 게 없다." 공연 시작 전 관객이 '솔직히 까놓고 말한다'는 취지에서 그에게 메시지를 남겨 놓는 것이 거의 유일한 코너. 최근에는 '김제동'이라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적어 '빙고' 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실눈' '말벌' '입담' '마이크' '등산' '대구' 등등 관객이 생각한 그의 기발한 이미지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 4 국민 타자와 함께

김제동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국민 타자' 이승엽이 이번 공연에 빠질 수 없다. 지난달 12일 공연장을 찾았던 그는 마지막 날인 10일도 모습을 드러내 그와의 의리를 과시했다. 김제동은 공연에서 종종 그를 "온 인류에서 가장 먹성이 좋은 포유류"로 소개했다. 김제동의 모친이 "시골에서 소는 키워도 저 아이(이승엽)는 못 키우겠다. 다시 데려오지 마라"고 했다는 일화도 더했다. 좌중은 이미 웃음 바다가 됐다.

# 5 추억으로 통하다

넉살좋게 받아주다가 정색하며 받아치는 그의 입담은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인권 환경 인연 군대 다양한 얘깃거리가 펼쳐진다. 기자가 찾은 7일은 친구가 주제였다. 그는 하루에 버스가 3번 다니는 경북 영천의 시골마을에서 함께 자란 동무들 얘기를 꺼내며 추억에 잠겼다. 파상풍에 걸려 다리를 절단할 뻔했던 일을 비롯해 다치고 탈많던 그의 유년기는 관객이 잊고 지내던 어릴적 추억을 끄집어 냈다.

# 6 다름과 닮음의 공존

앙코르도 있다. 그는 관객에게 질문을 받는다. 방송 녹화 뒤 소주 한 잔 사주기로 했다는 약속을 왜 안 지키냐고 따져 묻는 관객도 있고 MBC <오 마이 텐트>의 방송이 오래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관객도 있었다. 그는 솔직 담백하게 답한다. 그리고 큰절로 공연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그는 "관객과 내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어디까지 내 생각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