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부인’ 지난 9월1일, 위암 투병끝에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장진영이 결혼 4일차 남편 김영균씨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죽어가는 연인이 안타까워 늘 눈물이 마를 줄 몰랐던, 눈이 퉁퉁 부어있는 남자를 장진영은 그렇게 불렀다. 남자는 이별을 눈앞에 두고 30년 해줄 사랑을 1년에 모두 해주려는 듯 바빴고 세심했다. 그리고 남자는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다. 그녀가 떠나기 4일전 혼인신고로 ‘아내’라는 이름을 선물한 것이다. 그녀가 떠나는 순간 홀로 외롭지 않기를, 그녀의 연인이 아니라 남편이 되어 오래도록 그녀를 기념하고 챙겨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장진영이 떠나고 그에게 연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내 연인이 아니라 남편으로 정정되면서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순애보란 퇴색한 단어를 떠올리며 그가 시대와 영 동떨어져 있거나 어떤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며 반응이 구구했다.사랑의 말은 넘치지만 정작 사랑은 찾기 힘든 세상에 둘의 사랑의 진정성을 믿고 싶은 사람들은 더 많았다.
행복했던 순간
만남 100일째 되던 날
홍콩여행중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며
해변에서
성당에서
카페 헵시바에서 프로포즈
그녀가 떠나고 3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사건과 사고, 소소한 일상의 고민들 속에서 그녀를 잊어가고 있다. 김씨는 스스로도 함께 한 순간들, 애틋한 마음이 굳어질까 두려워 서둘러 책 ‘마지막 선물’(김영사)을 냈다. ‘내 여자다’는 확신이 왔던 첫 만남부터 그녀를 위해 요리사자격증을 따고 스토커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밤새 집 앞을 지킨 사연 등 그녀와 보낸 608일간의 기록이 담겨있다.
책에는 장진영이 세상을 뜨기 30일전 결혼식 사진도 들어있다. 하얀 원피스에 빨간 장미 부케를 들고 선 환한 미소가 시리다.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를 위해 “내 사랑 울지 마요. 내가 많이 미안해요. 열심히 치료해서 꼭 나을게요. 내가 나중에 꼭 행복하게 해줄게요”라며 위로하는 그녀의 메시지도 있다.
김 씨는 “진영이가 촉망받는 여배우였던 만큼 영화인으로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 진영이의 열정적인 삶이 남긴 메시지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선물’은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또 홀로 남은 김 씨 스스로를 위한 사랑의 회복, 위로의 인사이다.
